[인터뷰]팝 아티스트 최나리 작가

- '욕망'을 관찰하고 긍정을 향한 '관계'로 해부하다

문현아 승인 2021.07.27 15:37 | 최종 수정 2021.07.27 15:40 의견 0
Dance dance [사진=최나리 작가]

팝아티스트 최나리의 그림에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등장한다. 그들의 얼굴에는 표정 정보가 없다. 그러나 머리카락과 얼굴 아래 몸의 움직임은 끊임없고, 캔버스 위 다채로운 원색들도 스프링 목마처럼 튀어 오르기를 쉬지 않는다. 고요히 정지되어 있는 것은 오히려 캔버스를 바라보는 관람자이다. 최나리 작가가 관찰하고 투영한 '욕망'을 숨은 그림 찾기처럼 함께 발견하고픈 관람자라면 '상상력'이라는 티켓과 '현실'이라는 지팡이를 꼭 챙기기 바란다. 여행을 마친 당신의 배낭 속에 그림 속 컬러만큼 청량한 해소와 충전이 담겨 있을 것이다.

"당신은 어떤 삶을 살고 있습니까?" 최나리 작가의 모든 작품이 관람자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최나리 작가에게는 인간의 '욕망'이 최고의 창작 모티브가 된다. 그래서 그림 속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모두 옷을 입지 않은 상태이다. 인간의 욕망을 이야기할 때 나의 본질을 가리는 옷은 거추장스러운 요소일 뿐이기에 생략해 버리는 것이다. 그녀의 캐릭터들은 욕망, 즉 내면의 이야기를 관람자에게 전하려 한다. 우리 내면의 청각세포까지 전해져오든, 중간에 공중분해되어버리든 상관없다는 듯 끊임없이 재잘거린다. 본지는 팝 아티스트 최나리 작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편집자 주>

Danse Macabre (사진=최나리 작가)

Q. 창작 모티브가 되는 '욕망'이란 최나리에게 어떤 의미인가? 거부·대치하고픈 적대적 감정인가? 아니면 연민 같은 포용의 대상인가?
일반적으로 욕망은 부정적 뉘앙스를 띤다. 사람들은 욕망을 나쁜 것으로 해석하는데 나에게는 욕망 없는 삶이 오히려 재미없을 것 같다. 아니, 욕망 없는 삶은 아예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나는 사람의 욕망을 꿈과 결부 지어 생각하기 때문이다. 욕망은 욕심이 아니다. 간단히 한 예를 들어 보자. 우리는 나의 소중한 하루를 위해 어떤 맛있는 음식을 골라 먹을지 고민하게 된다. 이것이 선택의 문제이기만 할까? 이 또한 욕망이다. 그리고 삶인 것이다. 나는 욕망을 응원한다. 그리고 감춰진 세상의 부정적 욕망들을 그림을 통해 긍정적으로 드러낸다. 한마디로 현대사회는 욕망의 발현이다. 그래서 욕망을 표출하는 사람들의 태도를 관찰하는 것을 좋아한다.

Q. 본인 작업의 주요 캐릭터이자 이제는 브랜드가 된 '마토(Mato)'와 '마요(Mayo)'는 어떻게 탄생했나?
마토(Mato)의 실체는 토마토케첩이고, 마요(Mayo)의 실체는 마요네즈다. 대학생 시절 연애를 하면서 남자와 여자는 참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표현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더라. 둘을 대립관계로 해석했고, 당시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던 각 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반영해 여자 캐릭터 마토는 둥글고 원만하고 온순하게, 남자 캐릭터 마요는 각지고 강인하고 뾰족하게 표현했다. 둘의 머리카락 부분에 그 특징이 잘 나타난다. 둘의 맛은 전혀 다르지만 소스라는 공통점은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이 둘은 조화를 이룰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팝 아티스트 최나리 작가

Q. 최나리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 작품들 속 머리카락으로 표현된 형상을 촉수로 받아들였고 마지막 작품까지 동일하게 감상했다. 어쩌면 작가 본인보다 관람자인 외부자에 의해 더 강한 힘을 가진 존재로 탄생한 듯하다. 작가는 촉수로 오해 받은(웃음) 이 머리카락에 어떤 의미를 담았나?
촉수로 보았어도 괜찮다. 더러는 메두사, 말미잘, 해조류로 인식했다 하더라(웃음). 내 그림 속 마토와마요의 머리카락은 소스를 짰을 때 분출되는 모양을 표현한 것이다. 튜브를 짤 때 내용물이 발산되듯 욕망이 머리카락으로 표출되고 있다. 욕망은 구불구불 꿈틀거린다. 캐릭터들의 얼굴에는 눈, 코, 입이 없어 표정을 알 수 없다. 그래서 머리카락은 더 강하게 꿈틀거린다. 내 감정을, 나의 속내를 알아내라고 유도하듯이 더 선명하게 꿈틀거린다.

Q. 작품 속 주인공들에게는 눈, 코, 입이 없다. 즉 표정을 읽을 수가 없다. 작가의 의도는 무엇인가?
내 그림에는 답이 없고 싶었다. 관람자의 감정으로 표정을 만들고 싶었다. 늘 새롭기를 원했다. 어제 본 느낌과 오늘 보는 느낌이 전혀 다른 이야기로 펼쳐지기를 원했다. 그러나 얼굴 표정 없음이 그렇게 불친절한 주인장 역할을 하는 것만은 아니다. 대신 머리카락이라는 다른 매체가 정보를 준다. 전달 방식은 단순하고 직접적일 때도 있고 한없이 추상적일 때도 있다. 그래서 그림 속 메시지는 더 다양해진다.

Sexy Mato2 (사진=최나리 작가)

Q. 작품 표현에 있어 작가 내면의 욕망을 드러내는 요소와 억압하는 요소는 무엇인가?
화가의 작업은 내 식으로 표현하며 질문을 던지는 질문자의 역할 수행이기도 하다. 질문을 던지는 것만으로도 명분있게 욕망을 드러낼 수 있다. 숨겨지는 진실을 하나의 장면으로 제시해서 그것이 사라지지 않게 하고 싶다. 억압하는 요소라면 억압받을 때 억압받지 않는척 긍정으로 가기 위해 애쓸 때가 아닐까. 그러나 정반합의 원리로 이 또한 나의 작품 세계를 완성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My moon (사진=최나리 작가)

Q. 최나리 작가의 관심 주제인 '욕망'. 그 욕망이 능동적으로 판을 펼치거나 외압적 힘으로 정리되기도 하는 것이 '관계'인 것 같다.
내 그림 속에는 항상 대립이 있다. 남자와 여자가 대립하고, 힘의 논리 상 반대편에 있는 것들끼리 대립하기도 한다. 때로는 어여쁜 핑크색으로 표현된 발사 직전의 총이 자체적으로 개념 대립을 이루기도 한다. 이 대립은 스토리를 타고 폭발하듯 극대화되기도 하고 보이지 않는 외압자에 의해 휴식 상태가 되기도 한다. 즉 이 모든 것에는 관계가 있다. 인간 군락 속 관계가 진정한 인간을 만들어내듯 내 그림 속 욕망도 관계로 폭발하고 관계로 정리된다. 이 원리에 대해 끊임없이 소통하고 싶다. 나 자신과, 그리고 내 그림을 관람하는 이들과.

Light My Fire 1. (사진=최나리 작가)

Q. 지상 최고의 아름다운 가치인 사랑도 욕망의 한 종류로 생각할 수 있겠다.
사랑이야말로 욕망의 결정체다. 남녀의 사랑을 언급하자면 그들은 현실에서 철저히 자신들을 분리시킨다. 그 어떤 것도 두 사람을 방해할 수 없다는 신성한 저항의식을 가진다. 사랑하는 이들은 세상의 존재 이유마저 자신들을 위해서라고 착각한다. 지상 최고의 아름다움이라는 꽃을 꽂고 욕망이라는 무기로 무장하는 것이 사랑 아닐까.

Q. 최나리 작가는 어떤 계기로 미술계에 들어서게 되었나?
어릴 적 빨강머리 앤, 베르사유 장미 속 주인공을 좋아하고 따라 그리기도 했다. 유치원도 미술학원식 유치원에 다녔으니 운명이었을까(웃음)?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 미술고등학교에 진학했고 한국화, 서양화, 디자인, 조각을 모두 경험했다. 대학 진학은 서양화 전공을 선택했고 이후 석사와 박사 과정을 거치며 지금도 끊임없이 배우고 있는 중이다. 내 생각을 표현하는 것과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을 좋아해 이 두 가지는 내 작품 활동에 큰 모티브와 소재가 된다. 소통력이 큰 팝 스타일을 선택한 것도 이 요소들이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Multiple eyes (사진=최나리 작가)

Q. 큰 영향을 받았거나 깊은 관심으로 들여다보게 되는 작가가 있나?
학교에 다닐 때 '그림을 꼭 고정된 양식으로 재현하는 것에 의미를 두어야 하나' 하는 의문을 가졌다. 대학교 1학년 때 일민 미술관에서 한국의 팝아티스트 이동기 작가의 작품을 보게 됐는데 '그림을 반드시 사실적 묘사로만 재현해야 하는가?'라는 질문과 함께 미술 장르의 다양성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그리고 또 다른 의미에서 좋아하는 작가들이 있는데 자신이 살아온 삶을 화폭에 담는 작가 군이다. 니키 드 생팔(Nikide Saint Phalle), 페르난도 보테로 (Fernando Botero), 프리다 칼로(Frida Kahlo) 이 세 작가가 그에 해당하는데 그들의 삶이 작품에, 또 작품이 삶으로 상호 투영되어 동질감을 이루는 것이 내가 좋아하는 이유다. 니키 드 생팔의 '혼(Hon)'이라는 작품을 보면 결혼과 출산의 우울을 미화해 끄집어 내는 모습이 좋았다. 페르난도 보테로는 거주지를 옮기면서 모든 사물과 인간을 '뚱뚱하다'라고 인식되게 볼륨감을 가득 넣어 그려내는 본능적, 관찰적인식이 대단하다. 프리다 칼로는 교통사고 이후의 극심한 신체적 고통과 유산의 자화상을 끊임없이 들여다보는 내면이 존경스럽다. 다시 말해 내가 좋아하는 세 작가의 공통점은 자신의 삶이 작품에 일기를 쓰듯 솔직하게 묻어난다는 점이다. 그들에게는 고통이 있지만 강하고 센 사람들이라 정의할 수 있다. 또한 요즘 현대작가 두 명에게도 꽂혀 있는데 일러스트레이터 타라 부스(tara booth)와 트레이 압델라(Trey Abdella)이다.

Mato_s dream (사진=최나리 작가)

Q. 최나리 작가의 예술관과 삶의 가치관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
이 두 관(觀)에는 두 개의 소우주가 존재한다. 하나는 '아트'고 하나는 '사람'이다. 아트는 어디에나 있고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리고 아트는 사람과 소통한다. 아티스트인 나도 사람과 소통하기를 즐긴다. 내가 사랑하는 아트라는 수단을 통해 사람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은 즐거운 권리다.

Q. 최근 본인 작품에 대해 NFT(Non 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 토큰) 계약이 이루어졌다. 순수 미술로 시작해 시대 흐름에 따른 신개념 미술 시장에의 경험까지 어떤 감회가 드는지.
이러한 경험 자체가 작가라는 직업을 넘어 나에게는 마냥 신기하고 재미있다. 나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인데 내가 아는 아트라는 세상 밖 생소한 사회·경제 트렌드에 합류할 기회를 갖게 된다는 것이 마냥 흥미롭기만 하다. 새로운 기회에 참여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향상 앞으로도 계속해서 예술과 비즈니스 모두 다양하게 경험하기를 원한다.

Sailing of happiness oil on (사진=최나리 작가)

Q. 준비 중인 전시, 행사 등 향후 최나리 작가를 만날수 있는 통로를 소개해 달라.
8월 중 두 개 국내 페어에 참여하는데 하나는 8월 5~8일 코엑스에서 열리는 핸드아티코리아이다. 그중 하루는 라이브 페인팅을 진행한다. 라이브 페인팅은 이번에 처음 진행해보는 것이어서 다소 긴장되기도 한다. 또 하나는 호텔 페어로 8월 12~14일에 열리며 이 역시 코엑스에서 진행된다. 해외 일정을 위해서는 영국 사치갤러리(Saatchi Gallery) 온라인 몰에 선보일 'START(스타 아트)'를 준비 중이다. 작품 5점 정도가 올려질 예정인데 매우 설렌다. 또 다른 해외 일정은 내년 가을에 잡혀있는 뮤즈옥션갤러리(Mews Auction Gallery) 기획의 한국 작가를 소개하는 전시이며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진행된다. 그리고 작업의 내용으로는 그간 진행해 왔던 욕망이라는 주제와는 조금 다르게 '섹시 마토(Sexy Mato)' 시리즈를 계획하고 있다. 관람자들을 유혹하는 마토를 시리즈화해 또 다른 소통을 진행할 예정이다.

팝 아티스트 최나리 작가
저작권자 ⓒ 퍼블릭뉴스e,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